시몬아, 자느냐? 2015.03.15 <div>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은 십자가를 떠올리셨습니다.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형틀이었고 지고 싶지 않은 나무였습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마 26:38) 이 기도는 너무도 솔직한 예수님의 기도였습니다.<br /> <br /> 십자가를 연구한 Revill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십자가는 지극히 잔인한 고문이며 동시에 사형방법입니다. 십자가 처형은 필연적으로 장시간의 고통이 수반되었는데 이는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죄수가 못 박힌 채 살아서 꿈틀대고,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으나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또 죄수는 발가벗겨졌기 때문에 극도의 수치감을 느껴야 했고, 상처 위로 몰려드는 해충들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찢겨진 상처가 너무도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합니다. 게다가 구경꾼들의 조롱 섞인 말은 견디기 어려운 또 하나의 요소였습니다. 이처럼 십자가는 인간을 가장 무력하게 만들고, 무가치하게 만들며, 고통은 극대화 시키는 비인간적인 처형 방법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십자가는 죄수에게 고통을 주고, 죄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무가치하게 만들며, 확실히 죽이는 최악의 사형법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그 밤이 더욱 힘드셨던 것입니다.<br /> <br /> 그래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함께 깨어있을 것을 요청하십니다.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마 26:38) 이는 분명히 기도를 요청하신 것입니다.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하시다니요? 그러나 이는 그만큼 겟세마네에서의 시간이 중요하고 절박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어떠하였습니까? 결론만 말씀드리면 그들은 예수님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합니다. 깊이 잠들어 버린 것입니다. 한 시간의 기도를 드리고 오신 예수님은 자고 있는 제자를 안타깝고 애처롭게 부르십니다. “시몬아, 자느냐?” 수제자인 베드로가 함께 기도해주길 바라셨던 주님께서 ‘시몬아, 자느냐?’라고 물으실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요? 이런저런 앞일을 생각할 때 지금 기도해야 하는데 천기를 분별하지 못하고 쿨쿨 잠만 자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얼마나 슬프셨을까요? 그래서 예수님은 참으로 간절하게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막 14:37~38) 그러나 결국 그들은 깊은 잠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시 오사 보신즉 그들이 (또) 자니 이는 그들의 눈이 심히 피곤함이라 그들이 예수께 무엇으로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하더라.“ (막 14:40) 참으로 할 말이 없는 제자들의 연약하고 부끄러운 모습이었습니다.<br /> <br /> 고난주간을 앞두고 겟세마네를 묵상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더 기도해야 할 때인데 오히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우리 모두가 크게 결심 하고 기도의 자리를 지키면 좋겠습니다. 겟세마네 동산만큼은 아니어도 우리에게도 절박하고 긴급한 기도의 제목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시몬아, 자느냐?’ 오늘 예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div> 목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