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나의 다짐 2015.03.15 <div>저는 지난 주일부터 화요일까지 사흘 동안 세 곳의 장례식장을 다녀왔습니다. 징검다리 연휴여서 교통량도 많았고 더욱이 일기가 좋지 않아 직접 차를 몰고 서울을 오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의 상한 마음을 생각하니 모든 것이 작게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br /> <br /> 먼저 주일 오후에 간 곳은 서울 국립의료원 장례식장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안타깝게도 신학대학원 동기였던 故 김 00 전도사의 빈소가 있었습니다. 남편 안 전도사와 함께 대학원에 입학하여 신혼의 때임에도 성실하게 신학 수업을 받던 새댁의 모습이 또렷한데 사랑하는 남편과 세 자녀를 두고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졸업 후에도 부부 간에 몇 번 만나 교제해 왔던 이라 더욱 안타깝고 속이 상했습니다. 철부지인 삼남매는 엄마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뛰어다니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울었습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조 00 형제의 부친상 자리였습니다. 형제의 부친께서는 평소 건강상에 큰 문제가 없던 분이시라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제게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하물며 주변 사람이 그렇다면 형제와 그 가족들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배웅의 순간까지 조금은 초점을 잃은 듯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대하던 형제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참 황망한 눈빛이었습니다. 끝으로 찾았던 곳은 최 00 형제의 형, 故 최00 형제의 빈소였습니다. 암 투병을 시작할 때부터 지속적인 중보기도가 있었습니다. 벌써 세월이 제법 흘렀기에 이제는 제게도 남 같지 않던 형제였습니다. 그런데 끝내 병을 이기지 못하고 찬송 중에 주님 품에 안겼습니다. 손을 꼭 잡으시며 고개를 떨구시던 아버님의 모습, 붉은 눈으로 곱게 인사하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br /> <br />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동안 제 안에는 아내를 보낸 남편과 남편을 보낸 아내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보낸 아들과 딸을 보낸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형을 보낸 동생과 동생을 보낸 누나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가족을 먼저 보낸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바라만 보았던 그 자리에 서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미 그 자리에 섰던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생을 부여잡고 그렇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의 달을 맞이하는 저의 다짐은 대단히 분명합니다. 삶을 주관할 수 없으니, ‘곁에 있을 때 잘하자’는 것입니다. 별것도 아닌 얘기를 길게 썼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곁에 있을 때 잘하자!’</div> 목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