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에서 온 편지 (46) 언 몸과 맘을 녹이며 2021.01.13 <div> <div>베다니에서 온 편지 (47)</div> <div> </div> <div>오늘에서야 겨우 눈이 녹습니다. 조상들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 하여 이 땅의 겨울을 인심 좋게 묘사하셨는데, 요즘은 종종 길고 모진 한파(寒波)가 찾아옵니다. 아무튼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서자 마당 빛이 서서히 드러나고 여기저기 처마마다 낙수가 요란합니다. 제법 바깥 기온은 포근함까지 줍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안도감인지 .. 그냥 이렇게 봄이 오면 좋겠다는 헛된 기대도 품어 봅니다.</div> <div> </div> <div>밤낮으로 온도계가 영하에 머물고, 그런 날이 길어지면 시설 관리에 비상이 걸립니다. 교회에 작은 건물이 네 개나 있다 보니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닙니다. 보일러 세 대는 타이머를 걸어 계속 돌아가게 하고 온수는 조금씩이라도 흐르게 해야 합니다. 화장실 여섯 개에는 작은 난방기를 돌리며 수도와 변기를 사수해야 합니다. 별건 아니지만 유난히 큰 고드름은 미리미리 제거해야 했습니다. 물론 마당에서 지내는 강아지 두 마리를 위해 담요도 두 장씩 챙겨 주고 개집에 거적도 덮어 주었습니다.</div> <div> </div> <div>그렇게 밤낮으로 신경을 썼는데도, 어느 날 강아지 물을 주려고 보니, C동 싱크대의 수도꼭지가 손잡이까지 얼어 있습니다. 새벽 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되던 날입니다. 그러고 보니 실내 온도가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급히 바닥 난방을 켜고, 한 동안 온풍기를 작동 시켰습니다. 하지만 금방은 변화가 없습니다. 한참 후에 다시 가서 손잡이를 들어 보니 손잡이는 움직이지만 물은 여전히 나오지 않습니다. 또 한참 후에, 그제야 아주 조금씩 물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점점 싱크대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커집니다. 정말 별 것도 아닌데 무척 기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집니다.</div> <div> </div> <div>코로나 한파가 전 세계를 뒤덮고, 우리네 삶까지 얼린 것이 일 년이 다 되어갑니다. 늘 걱정 많은 저로서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신앙이 얼어버리진 않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 애를 태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약한 믿음으로 주님을 바라봅니다. 그분의 사랑과 은혜의 그 강렬한 열기가, 춥고 험한 세상 속에서 움추려 있는 우리를 지켜주시길, 행여 얼어있는 우리의 심령을 녹여 주시길 그렇게 기도합니다. 모두 힘내세요. 봄은 반드시 옵니다.</div> <div> </div> <div>그나저나 올 겨울은 전기세며 가스비가 제법 나올 것 같습니다.</div> <div> </div> <div>남보현 목사 </div> </div> 목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