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에서 온 편지 (22) 먹구름 가득히 우릴 속여도 2020.07.15 <div> <div>베다니에서 온 편지 22</div> <div> </div> <div>며칠 간 내리던 비가 그칩니다. 지금 날이 갭니다. 이맘때 내리는 장맛비는 지루합니다. 어둡고 질척한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비가 그치면 이내 달라지는 풍광(風光)을 보십시오. 여린 바람은 신선하고 옅은 빛은 세련되어 있습니다. 구름도 짐을 덜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큰일을 치른 사람마냥 살은 빠져 있지만 오히려 그 뒷모습은 홀가분하니 좋습니다. 비가 그치면 소리도 달라집니다. 빗소리만 들리던 세상에 일제히 살아있던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논이며 밭이며 골목이며 사람들도 사부작댑니다. 숨이 트이는 소리, 다시 세상이 숨 쉬는 소리입니다.</div> <div> </div> <div>대학생 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습니다.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이었습니다. 10시간 넘게 날아 도착한 첫 경유지는 포틀랜드(portland)라는 도시였습니다.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는 세상 밝은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고도를 낮추자 먹구름이 보입니다. 구름 아래로 접어들자 빗방울이 부딪치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활주로에서는 제법 굵은 빗줄기를 만났습니다. 눈부신 하늘과 비 내리는 땅. 불과 몇 분 만에 펼쳐진 상이한 광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자리에서 다시 비행기가 이륙했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정확히 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비 내리는 땅에서 출발합니다. 그 비를 맞으며 구름으로 접근합니다. 그 구름을 뚫고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갑니다. 서서히 세상이 밝아집니다. 마침내 여전히 거기에 있던 눈부신 하늘이 펼쳐집니다. 어두운 구름 위에 그런 눈부신 밝음이 여전히 있을 줄이야 ..</div> <div> </div> <div>도미티아누스 황제의 통치 하에 박해와 핍박이라는 큰 비를 맞고 있던 사도 요한은 어느 날 천상의 풍경을 보게 됩니다. 요한계시록 4:2, “내가 곧 성령에 감동되었더니 보라 하늘에 보좌를 베풀었고 그 보좌 위에 앉으신 이가 있는데.” 요한은 왕의 보좌와 그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을 봅니다. 어떤 뜻일까요? 구름 아래 땅에서는 인간 황제가 세상을 통치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천상에서는 참 왕이신 하나님께서 보좌에 앉아 계셨던 것입니다. 왕이 보좌에 앉아 있다는 것은 지금 통치행위를 하고 계시다는 의미입니다. 성령님은 요한 사도와 교회에게 그것을 알려 주신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이 왕이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잔뜩 먹구름 낀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자는 그 너머에 계신 주님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참 믿음이며 그러한 믿음만이 세상을 이기는 힘이 되니까요.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의 오늘을 응원하며 기도합니다.</div> <div> </div> <div>남보현 목사</div> <div> </div> <div>오늘의 찬송 : 428장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div> <div>오늘의 기도 : 주님, 먹구름 너머 주의 보좌를 보게 하소서</div> </div> 목록으로
